일하는 것, 공부하는 것, 노는 것, 운동하는 것, 사람 만나는 것…
사람이 성인이 되면서 끊임없이 시간을 쓰면서 하는 것들이다. 일하는 것과 같이 때로는 돈을 벌면서 시간을 쓰기도 하지만, 다른 것들은 대부분 돈을 쓰면서 시간도 쓴다.
돈이야 ‘저축’을 하면, 시간이 갈수록 이자가 붙지만, 시간은 우주가 탄생한 이후에 그랬듯 끊임없이 흐른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자 마자 수명이 감소하는 시한부 삶을 산다.
각설하고, 요컨대,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는 귀한 자원이고, 되돌릴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복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복기는 일단 과거의 행동에 대한 데이터가 존재해야 가능하다. 바둑처럼 기보가 있거나, 기사의 머릿속에 방금 판의 수순이 기억될 경우 복기가 가능하다.
일기는 하루의 기억을 기록하여 시간이 흐리고, 기억이 증발한 뒤에도 복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그러나 일기를 매일 쓰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흔하지는 않다. 습관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꾸준히 일기를 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을 기록을 남기기 위한 노력의 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의 처리와 저장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한 것은 복기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의 생성과 저장, 변형을 매우 쉽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우리의 곁에서 다양한 센서로 데이터를 생성하는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은 이를 더 쉽게 만들어 주었다.
결과적으로 ‘복기’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린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우리는 기록을 통해서 그 시점을 간접적으로 가 볼 수 있다.
그 시점의 기록을 되돌아 보면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목표한 바를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결과에 가깝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실력이라고 한다면, 복기를 반복하는 것은 실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들은 그 복기의 비용을 크게 낮춘다.
이제 복기에 있어서 극복해야 할 문제는 데이터가 아니다. 문제는 인간의 심리다. 복기는 잘한 기록보다는 못한 기록을 검토하고, 반성해야 미래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음으로써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잘못에 직접 대면하는 것을 꺼려한다. 잘한 것은 계속 보고 싶지만, 잘 못한 것은 빨리 잊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실력이 꾸준히 느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이러한 사람의 심리에서 기인하는 태도가 될 것이다. 잘못한 것을 얼마나 덜 심리적 데미지를 입으면서 직면할 수 있으냐? 마치 잘못된 투자로 인한 손실 인식(손절매)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느냐와 비슷하게 매우 뼈아픈 결정일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약이되는 결정이라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결국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복기가 중요하고, 요즘의 널린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면 복기를 위한 기록을 쌓고, 검토하는 것이 쉽다는 것은 ok. 관건은 끊임없이 자신의 과오를 대면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으냐이다. 미래의 더 나은 나를 위해서 과거의 잘못된 나를 대면하는 고통을 현재의 나가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만드는 것은 결국 단번에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는 것이고, 무예를 연마하듯이 자기수련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추가적인 고통보다 얻는 기쁨이 더 커질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그 과정 자체가 스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