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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가장 주목받은 영상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한국관광공사에서 내놓은 한국 홍보 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일 것이다. 특히, 서울 홍보 영상에서 쓰인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는 이 모든 현상을 대표하는 한마디일 것이다. 이 영상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가, 예전에 유사한 컨셉의 씽씽부터, 10여년전 셔플댄스까지 떠올랐던 느낌을 정리해 보았다.

뒤늦게 범 내려온다를 보다

사실 처음 SNS 타임라인이나 네이버 뉴스로 이 영상의 흥행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일부 지자체에서 흥행에 성공한 유튜브 정도로 생각하고,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었다.

그런데, 이 영상의 주인공인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가장 핫한 모델들이 출연하는 스마트폰 광고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영상을 뒤늦게 보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노래를 부른 이날치는 Galaxy Z Flip 5G 모델로 출연했고, 춤을 담당한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KT의 아이폰 12 광고에서 각각 나왔다.

  • 갤럭시 Z Flip 5G X 이날치

  • KT X iPhone 12 Pro X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핫한 제품이라면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꼽을텐데, 이들을 광고하는 모델로 동시에 둘이 하나씩 나왔다는 것은 이들의 광고주, 광고업체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이렇게 동시에 나눠서 광고를 찍을 만큼 유니크하고, 핫하다는 의미일테다. 핫한만큼 고퀄리티 밈도 나오고 있다.

  • 보스턴다이내빅스의 “Do you love me?“의 범내려온다 remix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다

그렇게 뒷북치며 ‘범 내려온다’를 보고 난 후에 «Feel the rhythm of Korea»를 서울, 부산, 강릉, 안동, 전주, 목포 등 전편을 완주했다. 사실 서울편의 중독성있는 범 내려온다가 가장 쎼긴 했지만, 다른 도시들도 제각각의 개성을 뿜내며 눈길을 사로잡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강릉편인지 안동편인지를 보다가는 몸에서 소름이 돋고, 코끝이 찡할 정도로 전율이 느껴지기도 했다.

왠 소름?

아마도, 우리 노래, 우리 지역이라는 고유의 것을 K-POP스러운 자신감 넘치는 것으로 재해석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민요와 현대 음악의 퓨전에 우리나라 관광지나 문화재를 배경으로 댄스가 결합된 것이 주는 그 독특한 느낌.

이러한 느낌은 과거 미국 공영방송 NPR의 Tiny Desk Concert에서 선보였던 민요록밴드 씽씽의 영상에서 느꼈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일본의 비주얼계와 같은 독특한 모습으로 밴드 반주에 맞추어 나오는 민요. 이것이 미국 공영방송에서 나오는 그 기묘한 느낌.

  •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실제 이날치에 참여하고 있는 장영규 감독은 ‘씽씽’의 멤버였기도 하단다. 관련기사

또한 «Feel the rhythm of Korea»의 영상을 보면, 일군의 젊은이들이 다소 과장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곳이 아닌 곳에서 사람들의 시건을 의식하지 않고 춤을 추는 것이라던지, 춤의 형태가 과거 유행했던 셔플댄스가 연상되기도 하였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봤었던 대학로에서 모델들이 셔플댄스를 추는 모습과도 뭔가 많이 닮아 있어서 더 몸을 자극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문화의 힘

문화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거나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범 내려온다"가 주는 임팩트가 바로 문화의 힘이 아닐까 한다. 이런 임팩트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특출난 인물들에 의해서 나올 수도 있겠지만, 과거부터 살아 남아서 내려온 무엇과 누군가의 도전 속에서 만들어진 토대와 합쳐지면서 저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기성의 문법을 따르거나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서 쫓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이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 힘이다.

‘트로트’(유행)와 오디션(‘눈치보기’와 ‘기성곡 부르기’)으로 범벅된 지금의 대중음악계에 대한 염증이 ‘범 내려온다’를 더 반기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한 기회로 콜라보 무대를 가졌던, 지금보다는 무명의 두 아티스트들이 지금처럼 가장 핫한 광고 모델로 발탁이 되고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그러한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잠시 동안 주최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던 것 같다. 이런 시도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또 다른 시도로 이어져 더 풍성한 문화로 연결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